초등학교 때 국내 프로야구가 처음 출범을 했다. 지역연고에 대한 개념같은 건 없었고 용 캐릭터가 좋아 MBC청룡을 응원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 삼미 슈퍼스타즈의 슈퍼맨(?). 프로야구 원년 꼴찌를 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이야기. 슈퍼스타 감사용. 사실은 슈퍼스타즈의 감사용.
영화는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나 마찬가지다.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 모든 스포츠 영화는 같다. 결과가 문제인데 역경을 딛고 승리하느냐 아니면 노력했지만 아름다운 실패를 하느냐. 슈퍼스타 감사용은 후자다. 실화에서 각색은 많이 되었지만 결과를 바꾸는 것은 좋지 않기에. 영화를 보면서 마지막 경기가 아름답게 끝날까 했지만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에 관계 없이 과정에 주목하고 싶다. 감사용은 야구를 하고 싶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고 또 위대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결과를 맞이했다. 그 과정에서 감사용은 주변의 응원을 받는다. 주변 사람이 응원하지 않으면 과정마저 아름답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선택의 과정에서 세번의 응원을 받는다. 첫번째가 가족의 응원. 한량같은 형이었지만 그의 선택을 응원했고 반대했던 엄마도 그가 야구를 시작하자 응원한다. 그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엄마의 가게 서랍속에서 무심하게만 느껴졌던 엄마가 산 야구장 표들을 발견하는 장면은 마지막에 이기고 싶었다고 오열하는 장면과 함께 이 영화의 가슴찡한 명장면 중 하나다.
두번째는 그의 유일한 팬인 매표소 직원 은아의 응원을 받는다. 진한 로맨스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점이 영화를 더 살려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응원으로 감사용은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세번째는 이 이야기의 핵심 경기였던 OB베어스 박철순과의 대결에서 시간이 지나자 감사용 이름을 외친 관객들의 응원. 이 응원소리에 감격하여 돌아보는 장면도 내가 꼽는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다. 이 응원에 마지막까지 던질 힘을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일반적인 스토리라면 응원에 힘입어 고군분투. 인생역전을 만들어 내겠지만 인생은 반드시 영화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 과정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이 응원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진작에 야구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물론 실제 스토리는 다르다. 영화적인 스토리일 뿐). 실제 살면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응원을 받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부정적으로 말하고 비꼬기까지 한다. 심지어 가족마저도. 왜 그럴까. 응원을 받으면서 시작해도 어떤 결과가 생길지 모르는 것이 인생일진데 비난 받으면서 시작을 해야 한다니...
응원을 받고 시작한다면 결과가 어떻든 그 과정은 아름다울 것이다. 실제로 결국 인생 전체에서 감사용의 결과는 아름답다. 슈퍼스타가 아니었지만 자신이 선택한 야구를 아직 손에 놓지 않고 있다. 어쩌면 영화가 이런 운을 만들어 주었지만 결국 그가 야구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다.
삶의 어떤 점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지 그의 실제 인터뷰 내용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야구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인생이 더 잘풀리지 않았을까 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렇게 잘 풀려봤자 뭐하겠나.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게 중요하지. 난 야구선수로서의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걸 견뎌냈고, 이겨냈고 극복해냈다. 비록 패전전문투수로 은퇴를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야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그는 지금 자비를 들여가며 유소년 야구팀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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