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아무것도 없다. 자극적인 이야기와 구성도 없고 뜨거운 사랑도 없고 선악 대결구도도 없다. 하지만 모든것이 담겨져 있다. 삶.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것이 삶 아닌가. 어떤것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인지 담겨져 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인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주인공이 음식을 만들고 먹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영화를 봤다.
요 몇년 사이 영상매체는 온통 먹는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점점 더 자극적으로 먹는 장면을 전달했다. 오죽했으면 푸드포르노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같은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도 리틀 포레스트는 전혀 천박하지 않았다. 장면장면이 예술적으로 보였다.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이 아닌 장면에서 오는 감동이 이어졌다.
참 담백하면서도 맛있는 마치 잘 지은 밥 같은 영화다. 아무런 자극적인 맛이 없지만 씹을 수록 고소하고 중독성 있는 잘 지은 흰 쌀밥. 조미료 하나없이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원래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맛에 대한 욕심도 있는터라 더 공감이 가고 몰입하며 봤다. 저렇게 해 먹어 봐야지 하는 생각도 하면서.
리틀 포레스트를 올해의 화두인 '소확행'을 확실히 보여주는 영화라고 한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즐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말한다. 예를 들면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시원하게 들이키는 맥주한잔 같은 것.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영화는 소확행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장 큰 행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여기서는 행복이 일상 그 자체니까.
일본영화 별로 안 좋아 하는데 이걸 보니 리틀 포레스트 리메이크 원작인 일본영화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일본영화에서는 다른 음식이겠지? 조금 다른 감동일 것 같다. 음식에 대한 공감은 덜 할테니까. 일본영화를 보고 나면 서로 비교해보면서 글을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생 뭐 있어. 잘 먹고, 잘 쉬고, 좋은 사람들과 있으면 되는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