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기이한 이야기
7살짜리 아이가 임신을 했다? 아직 2차 성징이 왔을 것 같지 않은, 어린이라기 보다도 유아에 가까운 아이의 임신 소식이 가끔씩 해외토픽으로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에 대한 기록이 있다. 바로 조선 21대 임금 영조 때이다. 이런것까지 기록된 거 보면 조혼을 했던 그 시대에도 실로 기이한 일이었을 것이다.
때는 1767년 영조 43년이었다. 경상도 산음현, 지금의 경북 산청군에서 7살 여자아이가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했다는 소식이 영조에게 전해졌다. 아이의 이름은 종단. 우리나이로 7살이지 만으로는 5~6세 박에 되지 않은 어린이라고 하기에도 어린 아니다. 이 소식을 전한 이는 경상감사. 당시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은 모두 중앙에 보고되었다. 예전에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나면 두 가지로 해석했다. 길조 아이면 흉조. 7살 아이가 출산을 했다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접한 대신들은 불길한 징조라며 출산한 엄마(7살 아이)와 그 아기를 죽이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영조는 그 어린아이들을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대신 신하 구상에게 지시하여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시켰다.
구상은 산음현으로 가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일단 주변 사람을 심문하는 건 기본중의 기본. 우선 종단의 오빠인 이단을 심문했다. 이단은 목격담을 말했는데 범인으로 지목한 이는 소금장수인 송지명이었다. 구상은 송지명을 잡아 심문을 했고 그는 결국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실토를 했다.
아동 성폭행인데 송지명도 임신까지 할 줄은 몰랐을 듯싶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발생했고 아무리 죽이지 말라고 한 영조도 이 일에 불길함을 느꼈다. 결국 풍기문란죄로 종단과 송지명은 노비로 삼고 섬으로 귀양을 보냈다.(아니 피해자인 종단은 왜?) 종단뿐 아니라 종단의 어머니까지 귀양을 갔다. 산음현의 현감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명조차 바뀌었다. 지금의 산청군으로. 즉 산음현의 음이 바로 음란하다 할 때의 그 한자라 그런 것.
어린나이에 출산을 했기도 했거니와 몸도 마음도 고생했을 터이고 게다가 영아 사망률도 높았던 의학이 빈약했던 시대이니 몸이 좋을 리 없었다. 유배지인 섬에 도착하자마자 종단과 아이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고 전해진다. 종단도 종단이지만 7살짜리가 어떻게 아기를 보살피겠나. 게다가 노비 신분으로.
그런데 7살이 임신하는게 가능할까? 위에도 언급했듯이 가끔씩 해외토픽에서 소식이 나고는 한다. 지금으로 보면 성 조숙증일 것 같은데 후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이 이야기가 언급된다. 종단은 처음 출생하고 삼칠일에 이미 월경을 하고 세 살에 음모가 났다고 한다. 그리고는 보통 아이처럼 성장했는데 임신을 한 후 갑자기 성장해 열네댓 살 아이처럼 되었다고 했다. 열네댓 살이면 그때는 결혼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나이라 그럴 수 있지만 갑자기 성장했다는 건 이상하다.
성조숙증이라도 삼칠일(3주)만에 생리를 하다니... 아마도 후에 사건이 전해지면서 부모의 증언이나 주변사람의 증언이 부풀려진 것은 아닐까? 임신을 하고 갑자기 성장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고. 어쩌면 아이에게 제대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몸이 자연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거라고 유추해도 그리 영양분을 공급하지는 못했을 텐데.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 이야기는 조선역사를 통틀어 가장 어린 나이에 아이를 출산한 기록인데 요즘에도 이정도 어린 나이에 임신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있어도 출산까지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종단은 제왕절개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니 자연분만을 했을 것이다. 불쌍한 아이의 불쌍했던 인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