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는 어릴적부터 로망이 있다. 로봇, 차, 그리고 밀리터리. 남자들은 장난감을 알게되면서부터 이것들을 가지고 논다. 학습일까 생각했지만 남자아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것을 선택한다. 오랫동안 유전자에 각인이 된걸까. 그 가운데 밀리터리, 그 중에서도 탱크. 그 남성다운 강인한 이미지에 매력을 느끼지 않은 남자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탱크를 소재로 한 영화 퓨리. 요즘의 전쟁영화들은 점점 리얼리티를 더해가고 있다. 더이상 분장이나 특수촬영 같지 않다. 아마 전투씬만 보여주고 실제 전쟁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퓨리도 마찬가지다. 극강의 리얼리티. 실제 전쟁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전차전을 하면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멋들어진 탱크의 위용과 움직임. 긴박한 승차원들의 전투. 영화를 통해 어린시절의 로망을 이룬 사람들 많았으리라. 하지만 전쟁은 게임이 아니고 무기는 장난감이 아니다. 전쟁은 너무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다. 예전의 허리우드 전쟁영화들이 미국만세만을 외쳤다면 요즘 전쟁영화들은 전쟁의 잔혹함과 참상, 인간성의 상실을 보여주려 애쓰는 듯 하다.
퓨리도 단순히 전차전이 멋지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멋짐은 소재일 뿐. 배경은 시작부터 참혹하다. 라이언일병 구하기에서도 그랬듯이 순진한 신참병사도 전쟁속에서는 변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전장에서도 사랑을 하기도 하고, 전우애도 있고, 적군에게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도 전쟁은 전쟁. 무엇이 남는걸까?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트라우마. 전쟁을 하는 군인들은 왜 전쟁을 하고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냥 하는거다. 전쟁터에 있기때문에. 그 강인해 보이는 워대디(브래드 피트) 마저도 고뇌한다.
한사람, 또는 지배층의 광기어린 사고에 동화되어 병사들은 점점 목적없는 광기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도 사람이기에 인간성은 조금 남아있다. 독일군 SS가 생존자의 존재를 눈감아 주는 장면에서 여전히 병사에게 남아있는 인간성을 엿볼 수 있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는 이것이 남아 있을까?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밀리터리는 게임이나 영화에서만 즐기고. 영화는 멋지지만 전쟁은 전혀 멋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