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는 16세기 조선시대의 최고 명기이자 시인이다. 천하절색의 미모에 시, 글, 노래에도 뛰어나서 전국에 소문이 자자했고 모든 남자들의 흠모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보통 기녀들이 태생이 그러한 것에 비해 황진이는 비록 서녀이기는 하지만 양반집에서 태어났다.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스스로 기녀가 된 케이스다.
그러나 기녀라고 해서 함부로 몸을 굴리거나 아무하고나 어울린 것은 아니다. 태생이 양반집안인지라 시서화를 좋아하여 술집에서 흔히 보는 망나니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자신을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사람들과 어울렸다. 황진이가 얼마나 출중했는지 그녀는 다른 기녀들처럼 일부러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모두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
모두가 황진이를 한번만이라도 보기를 원했고 그녀와 관계를 맺기를 원했지만 황진이가 무너뜨리지 못한 사람이 서경덕이다. 황진이는 그를 유혹하려다 실패하고 그의 인품에 감복해 평생을 그를 사모하며 존경했다.
황진이는 재능만큼이나 기이한 삶을 살았는데 아녀자의 몸으로 금강산 유람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시대에 변변한 교통수단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직 걸어서 다녀야 했다. 그녀는 개성으로 놀러온 한 젊은이와 의기투합하여 금강산 유람을 같이 떠나기로 했다. 유람을 떠나며 화려한 기녀 옷을 입고 갈 수는 없는 터. 굵은 삼베치마저고리에 망태기를 짊어지고 지팡이를 쥔 채 유랑을 떠났다.
수백리길을 걸어 금강산에 이르렀고 절경을 구경하며 마음껏 즐겼지만 그럴 수록 행색은 점점 몰골은 초췌해지고 거지꼴을 못면하게 되었다. 게다가 청년마저 잃어버려 황진이는 그야말로 여자걸인이 된거나 마찬가지였다. 밥을 얻어 먹으며 다녔지만 기왕에 여행에 나선 김에 지리산까지 구경하고 전라도 나주에 이르렀다.
마침 나주에서는 나주목사가 큰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지역의 명창이며 기녀들이 모두 모여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 이런 잔치가 벌어지면 문이 개방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먹고 즐긴다. 황진이도 이 잔치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황진이의 몰골에 걸인으로 알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보석은 진흙속에 있어도 빛이 나는 법. 그 몰골속에서도 황진이의 인물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주 목사는 황진이를 보고 범상치 않게 생각되어 자리를 내줬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황진이는 노래를 불렀는데 천하 명창의 소리가 나왔다. 목사는 놀라 신분을 알아보게 했고 그녀가 바로 팔도에 이름이 자자한 황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사는 황진이를 잔치의 귀빈으로 대접하였다.
감춘다고 가려지나
낭중지추라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띄게 마련. 황진이는 걸인 행세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숨은 인물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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