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 18화에 운명론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다. 무슨 운명론에 대해 강의를 하는 것은 아니고 응답하라 1988의 등장인물인 정환이가 덕선이를 놓친 후 하는 나레이션이다. 꽤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 옮겨본다. 작가의 글이지만 꽤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썼을 듯 싶다.
"운명은 시시때때로 찾아오지 않는다.
적어도 운명적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아주 가끔 우연히 찾아드는 극적인 순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운명이다. 그래서 운명의 또다른 이름은 타이밍이다.
만일 오늘 그 망할 신호등이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면, 그 빌어먹을 빨간 신호등이 날 한번이라도 도와줬다면 난 지금 운명처럼 그녀 앞에 서있을지 모른다. 내 첫사랑은 늘 그 거지같은 그 거지같은 타이밍에 발목 잡혔다.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늦게 도착해 택이와 덕선이의 만남을 보며 돌아서는 정화이의 좌절이 느껴지는 나레이션이다. 운명에 대해 비관하고 자신을 방해한 환경에 대해 저주한다. 하지만.... 차안에서 최택의 뉴스를 듣고 나레이션의 내용은 바뀐다. 뉴스를 듣고 최택이 덕선이를 만나기 위해 대국을 포기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정환이가 망설이던 그 순간에...
"그러나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기적같은 순간이다. 주저 없는 포기와 망설임 없는 결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 그 녀석이 더 간절했고 난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 나뻤던 건 신호등이 아니라 타이밍이 아니라 내 수많은 망설임 들이었다."
차안에서 한참을 생각에 잠긴 듯 하다가 다시 나레이션이 나온다. 이 내용은 포레스트검프의 팜플렛에 있던 카피로 시작하는데 마치 인생을 달관한 듯한 또는 극복한 듯한 나레이션이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열어보기 전엔 무엇을 잡을지 알 수가 없다. 쓰디쓴 초콜릿을 집어든데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내가 선택한 운명이다. 후회할 것도 질질 짤것도 가슴 아플것도 없다."
아마도 대부분 실패한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정환이가 첫번째로 한 나레이션일 것이다.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았다는 운명론. 하지만 그 와중에도 택이처럼 망설이지 않고 더 간절했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은 있을 것이다. 두번째 나레이션의 운명론을 가지고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건 비관만 하며 앉아있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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