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는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인데 태극기의 기원은 모호하다. 예전에는 박영효가 일본에 수신사로 파견될 때 배안에서 그렸다는 설이 유력했으나 지금은 그 이전에도 사용되었다는 증거들이 나와서 그 설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태극기가 고종때 만들어졌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 이전에는 국기에 대한 필요성이 없었고 서양에 개방이 되면서 국기가 필요해졌다. 1882년 고종이 명으로 어기인 태극팔괘도를 변형하여 만들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그러나 정식기록이 없어 완벽하게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언제 만들어졌냐가 아니다. 태극기가 만들어진 기원보다 이 도안의 기원이 문제다. 태극기는 태극팔괘의 태극도에서 나온 것으로 이것은 중국 주역에 있는 도안이다. 팔괘 중 건곤감리 사괘를 이용한 것이다.
태극기가 우주의 진리를 담고 어쩌고 하는 국뽕스러운 해석은 집어치우고 이것이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인 주역에서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사상과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의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가 다른 나라의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고려시대 이후로 한번도 제대로 된 독립을 하지 못했던 나라로 자신들이 소중화나 중국의 속국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터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독립국임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상징물이 이런 기원을 담고 있는 건 문제가 된다.
주역을 만든 복희가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동이족으로 서술되어 있고 환단고기 등에서도 우리민족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우리 고유의 문양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우리의 역사가 아닌 중국의 역사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 그렇다고 해도 조선의 팔괘는 복희의 선천팔괘가 아닌 뒤에 중국 문왕에 의해 만들어진 후천팔괘다. 어떻게 해도 중국사상을 담고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상징물의 디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진짜 우리만의 사상과 의미를 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의 역사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긴 했지만 아닌건 아닌거다.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한 태극기지만 그건 역사에 기록하면 된다. 더군다나 요즘 태극기는 특정 집단에 의해 변질되어 거부감마저 생기고 있다. 그 집단은 이번에 국기를 바꾸면 미국문양을 넣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워낙 배알없는 사대주의자들이니까.
그래도 오랫동안 써오고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국기를 바꾸는 경우가 어디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런 경우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국기 디자인 변경에 대해 몇가지 디자인안을 내놓았고 국민투표를 했었다. 물론 근소한 차로 기존 국기를 그냥 쓰자는 쪽이 우세해서 바뀌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여론조사나 투표를 해볼 필요가 있다. 태극기의 기원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알려야 하고.
그리고 내친김에 친일파가 만든 국가도 바뀌었으면 한다. 도대체 무슨 자주독립국가가 제대로 된게 어떻게 하나도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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