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원숭이가 아니고 우리나라에 원숭이 부대?
세계 전쟁사에 동물들을 무기나 병사로 이용한 예는 많이 있다. 코끼리, 쥐, 돌고래, 개, 곰, 비둘기 등. 지금도 군대에서 군견은 흔하고 돌고래를 무기로 이용하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쟁사에도 이렇게 동물을 이용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동물은 바로 원숭이다. 원숭이 부대를 이끌고 전쟁에 참전한 이야기가 오래 전도 아닌 임진왜란 때 있었다. 원숭이를 원숭이로 격파하려한건가?
우리나라에서 부대를 만든 건 아니고 우리를 도와주려고 온 명나라에서 데리고 온 병사? 들이다. 원병삼백. 뭔가 영화 300도 생각나고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이 원숭이 부대는 보병도 아니고 기병이다. 말을 타고 다녔다는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이 원숭이 부대의 원숭이들은 중국 남부의 원숭이로 구성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명나라의 원병삼백이 원숭이처럼 날랜 병사들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으나 이를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가 논문에서 실제 원숭이라는 주장을 했다.
정말 원숭이가 말을 타고 전쟁에 참가했을까? 기록에 의하면 원숭이들이 말을 타고 채찍을 가해 적진으로 돌격했고 왜구들이 원숭이를 잡으려 했으나 몸을 숨기고 도망 다니기를 잘해 진영을 꿰뚫고 지나갔다고 한다. 소사 전투에서의 이야기다. 이는 육군의 삼대첩 중 하나로 원숭이들이 승리에 기여를 했다는 얘기다. 이런 전설 같은 이야기가 박지원이 지은 글에도 나오고 조경남의 난중잡록에도 나온다. 그러니 원숭이 부대를 믿어야 하나?
게다가 안동 풍산 김씨 문중에 전하는 ‘천조장사전별도(天朝裝士餞別圖)’라는 그림이 있는데 여기에는 기이한 장면이 화폭에 담겨있다. 명나라 군인들이 귀국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인에 왼쪽 아래에 원병삼백이라는 깃발과 함께 사람이 아닌 병사들이 그려져 있다. 마치 서서 다니는 쥐새끼 같은데 이를 원숭이로 본다면 이해가 가기도 하는 그림이다. 옛날 그림이라 사람도 뭐 그리 정밀하게 묘사되지 않았으니 이 털 달린 짐승이 원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원숭이를 훈련시켜 전투에 참가시킨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이 정도의 원숭이 훈련이 가능하다면 왜 지금은 원숭이를 이용해 인간의 부담을 덜도록 시키지 않을까? 일부 나라에서는 원숭이를 이용해 야자수 열매를 딴다거나 하는 일들이 가능하지만 전투를 하게 할 수 있을까? 설사 훈련으로 사람을 공격하도록 만들었다고 해도 과연 원숭이가 피아식별을 해서 적들만 골라 공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는데 동남아 쪽에서 온 병사들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원숭이 부대라는 것보다는 더 납득이 가는 게 사실이다. 외모적인 차이나 의복, 독특한 가면이나 갑옷 같은 것으로 이렇게 묘사했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림에서 표현한 것은 너무 인간적이다. 원숭이라면 두발로 꼿꼿이 서있는 모습보다는 좀 꾸부정하게 묘사하거나 네 발로 걷는 것처럼 그렸을 것 같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인간처럼 정확한 직립보행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게다가 하나는 지휘까지 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원숭이 기병의 위쪽을 보면 '해귀'라고 쓰여 있는 깃발 아래 또 다른 모양새의 병사들이 있다. 기록에 의하면 파랑국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파랑국은 지금의 포르투갈이다. 이 지역은 아프리카의 북쪽과 인접해 있고 묘사에 의하면 사실상 흑인에 가까운 모습이다.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이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이고 검은 양의 털처럼 꼬부라졌다. 이마는 대머리가 벗겨졌는데 한 필이나 되는 누른 비단을 반도의 형상처럼 서려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라 선조실록에 묘사했다.
이렇게 보면 해귀도 바다 귀신이 아니라 그냥 외국 용병이다. 바닷속으로 잠수해 적의 배를 공격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원병도 원숭이 부대가 아니라 외국 용병이었을 가능성이 많다. 원숭이처럼 날랜 외국 용병. 그리고 그 대상은 아무래도 중국사람이라기보다는 인접한 동남아 병사일 것이다. 원숭이인지 원숭이를 닮은 병사인지 모두 실제로 본 것이 아니고 기록으로 추론해보는 가설일 뿐이지만 원숭이를 훈련시켜 전쟁을 시키기에는 너무 준비기간이나 노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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