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험한데를 왜 가는거야?
영화 K2는 산악영화다. 등산 영화 하면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유명하기도 하고 실제 등반에서도 K2는 유명하고 악명 높다. 파키스탄 북부의 카라코람 산맥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지만 등반하기는 가장 어려운 산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니 이런 산을 소재로 이야기 하나 안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산 이름이 그대로 사용된 이 영화는 당연하게도 K2를 오르는 산악인들의 이야기다.
솔직히 산악인들이나 모험가라면 좋아할 영화고 일반인이라면 지루할지도 모른다. 지루할지 모른다고 한건 내가 산악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인임에도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도전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딱 도전 영화다. 도전 외에는 없다. 흔한 로맨스도 없고 산악영화의 기본인 누구를 구출하러 가는 것도 없다. 이야기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고 목적은 오로지 K2 등정이다.
진짜 산악인들은 산을 정복한다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 산을 정복한다는 것은 오만이다. 이런류의 영화들의 공통점은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도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내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산악영화에서 등정에 성공했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성공해도 감동이고 실패해도 그것 또한 감동을 준다.
영화를 보면 실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허구다. 하지만 이만한 일은 등산하면서 실제로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실화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거짓말 같은 자연의 힘 앞에 맥없이 무릎 꿇고 마는 것이 바로 바꾸기 힘든 실화다. 그러니 이렇게 위대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자연 앞에 경건해지고 감히 정복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수많은 산악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걸 알고 가면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는 건 왜일까? 산악인들의 말처럼 그곳에 산이 있기때문에? 그 순수한 열정을 장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다. 다른 산악영화들이 과장과 비현실적인 액션들을 보여주는데 비해 이 영화는 굉장히 현실적인 산악영화다. 게다가 오래된 영화라 그래픽으로 산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실화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 열정에 우정까지 더해져 자연경과 외에도 꽤 볼만한 산악영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