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보다 중요한 건?
머니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영화다. 메이저리그 최고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이야기다. 야구 구단 이야기라고 해서 흔한 역경 극복의 스포츠 영화를 생각하면 안 된다. 역경 극복인 것은 맞지만 스포츠 스타가 주인공이 아닌 구단주가 주인공이다. 그러니 스포츠 영화라기보다는 비즈니스 영화. 내용도 그렇고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돈이 이야기의 갈등구조를 만드는 소재가 된다. 머니볼의 뜻은 저 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야구단의 운영 기법이다.
지금은 게임을 안 해서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독특한 게임이 나온 적이 있다. 축구게임인데 일반적으로 선수들을 조작해서 경기를 이기는 방식이 아닌 구단을 운영하는 게임이었다. 선수들을 트레이드하고 구단은 운영해 우승을 해야만 한다. 그걸 하는 친구를 보고 무슨 재미일까 생각했는데 이게 은근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그 재미가 영화에서도 느껴진다. 선수들이 땀 흘려 훈련하고 이기는 재미보다 분석하고 통계를 내고 전략을 짜고 선수를 영입해 구단을 이기게 만드는 것에서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스포츠 영화지만 드라마이면서 비즈니스 영화다. 특별히 박진감 넘치는 야구경기 장면이 나오지 않는데도 2시간 13분의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 있고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전혀 상관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꼴찌팀이 불굴의 노력으로 승리한다는 내용은 아니지만 꼴찌로 돈 없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데 서 비슷한 희열이 느껴질 수도 있다. 평점도 높고 전문가 평점도 아주 높다.
보통 스포츠 영화들이 힘들 때 보면 힘이 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도 그렇다. 그렇지만 느낌은 조금 다르다. 이건 비즈니스 영화니까. 오히려 일을 하는 사회인들이 더 동화되어 힘이 날 수도 있다. 현대 프로스포츠에서는 돈이 가장 큰 무기다. 돈으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돈으로 홍보를 하고 더 많은 돈을 번다. 그게 프로스포츠다. 그런데 여기서는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더 감동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가가 아니므로.
최고의 무기는 돈이지만 그 무기가 없다면 다른 무기를 선택해야 한다. 영화에서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사고, 과학적인 분석, 신뢰, 자신감, 리더십 등을 무기로 삼아 승리를 만들어 나간다. 자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분명 더 많은 노고가 필요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종종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래서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것일 수도... 마지막 주인공의 선택처럼 인생에서 돈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 인생의 쇼를 즐기면 된다.
"Just Enjoy The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