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만월부인 경수왕후는 경덕왕의 계비로 경수태후나 경수왕후보다 만월부인으로 더 알려져 있다. 만월부인은 경덕왕의 첫 오아후인 삼모부인이 아들을 못나 쫓겨나자 그 뒤를 이어 비로 들어왔다. 이에 첫째부인과 똑같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만월부인도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만 했다. 하지만 계속 아들을 낳지 못했다.
이애 만월부인은 불국사의 승려인 표훈에게 간청하여 아들을 낳을 수 있게 해달라 했다. 기록에 의하면 표훈은 하늘로 올라가 천제에게 만월부인이 아들을 낳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간청을 했다. 그러나 천제는 딸을 낳게 해준다는 답을 들었다.
[그놈의 아들이 뭔지 참... 옛날에는 아들을 낳으려는 온갖 민간신앙이...]
이에 다시 딸을 아들로 바꿔달라는 간청을 했고 표훈은 다시 천제에게 고하여 승락을 얻어냈다. 그러나 아들로 바꿔줄 수 있으나 나라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덕왕과 만월부인은 아들을 간절히 원했다. 결국 아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아들이 36대 혜공왕이다.
혜공왕은 8살에 왕위에 올랐는데 나이가 어려 경수태후가 섭정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언이 맞았는지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고 혜공왕이 시해당하는 일까지 생겼다. 이 혜공왕에 대해서는 특이한 기록이 있는데 여자가 될 것을 남자로 바꿔서 그런지 여성적인 성향을 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동성애자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혜공왕은 어려서부터 비단주머니 차기를 좋아했다. 여자처럼 예쁜 것을 즐긴 것이다. 보통 환경에 따라 남자같은 여자, 여자같은 남자로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지 안다. 신기하게도 여자아이들은 여성적인 성향을 갖고 남자 아이들은 남성적인 성향을 갖는다. 혜공왕은 여자처럼 예쁜 것을 좋아하고 즐겼다.
[왕이 성소수자, 영화 쌍화점 중]
그리고 궁녀들과 어울리면서 여자같은 행동을 했다. 이것을 가지고 더 극단적으로 동성애자를 넘어 혜공왕이 여자였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만월부인이 아들을 낳기를 간절히 원한 나머지 여자아이를 남장시켰다고 보는 시각이다.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동성애는 늘 있었지만 전혀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
만월부인의 섭정과 혜공왕의 통치가 모두 실정이 되어 나라가 혼란스러웠다. 섭정 중에도 난이 일어났고 혜공왕이 성인이 된 후에도 난이 일어났다. 780년 김지정의 난으로 혜공왕과 비빈, 자식들 그리고 만월부인까지 일가족이 몰상당했다. 진짜로 만월부인이 남장을 시킨거든, 아니면 천제를 통해 여자가 남자로 바뀐거든 정체성의 혼란은 있었을 듯 하다. 그 시대는 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였을 것이므로. 불행한 왕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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