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지전. 한국 전쟁영화사를 다시 썼다고 생각한다. 고만고만한 전쟁영화들 사이에서 이정도 스팩타클을 보여주고 전쟁의 참상을 잘 알려준 영화는 드물다. 모두 전쟁을 영웅만들기 소재정도로 생각하는데 요즘에는 이런 전쟁 영화가 좋다. 전쟁은 멋진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영화.
끊임없이 뺏고 빼앗기는 애록고지를 놓고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 휴전이 확정되고 모두가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에 젖어있는 것도 잠시. 남은 시간 총력전 명령이 떨어진다. 도대체 고지가 뭐길래... 그 명령을 전달한 건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노인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전쟁은 노인들이 일으키고 피를 흘리는 건 젊은이들이라고.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훈장을 받는 것도 노인네들이고.
북한군 저격수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예쁘잖아...
영화에는 영웅이 없다. 그냥 모두가 불쌍하고 힘겹게 생존하고 있는 불쌍한 군인들이다. 서로 연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투가 벌어지면 또 서로를 죽여야 한다. 결말이 나도 감동도 없고 억지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같은 민족끼리 처참하게 싸운 비극적인 전쟁을 그대로 보여준다. 슬픈 역사임에 틀림없다. 그걸 느끼면 된다.
전쟁영화하면 늘 따라붇는 빌어먹을 애국주의 따위도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지로 내 몰렸는데 무슨놈의 애국. 그냥 살기 위해 서로 죽이는거지. 그렇게 사지로 내모는 사람들은 후방에서 이빨로 남의 목숨을 결정하는 거지. 고지를 누가 점령하던 승자는 없다. 그냥 다 불쌍한 소모품들이었던거고.
전쟁터에서도 인간미는 있는 듯 하지만...
라이언일병 구하기의 초반 전투씬을 따라가기는 힘들지만 이정도면 상당히 잘 만들었다. 잔인한 전투의 양상을 잘 보여줬다. 그런데 진짜 전쟁을 겪은 어떤분이 인터뷰에서 그러더라. 그건 그냥 애들 장난이라고. 진짜 전쟁은 더 참혹하다는 말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럴 것 같다. 그런 전쟁은 있어서는 안된다.
신하균은 류승룡을 만나면 전쟁을 왜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만나서 물어봤다. 도대체 이 전쟁을 왜 하는지 안냐고? 처음에 잘난 척 했던 류승룡도 대답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전쟁이 불과 몇 십년 전이었다. 세상은 변했고 초토화된 그 땅위에 나라를 재건했지만 아직도 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또 이 땅의 젊은이들이 위정자들이 일으킨 전쟁에 이런 질문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전쟁은 왜 하는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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