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닉스. 스파이와 마찬가지로 피닉스라는 제목의 영화들이 많다. 그 중 이 영화는 2014년의 독일 영화다. 늘 허리우드 영화나 한국영화만 보다가 가끔 다른 나라 영화를 보면 새로운 느낌이다. 피닉스는 전쟁이 난 상황에서 독일 남자와 결혼했다가 수용소에 끌려갔었던 유대인 여자의 이야기다.
조금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아쉽기는 하지만 심리묘사를 잘 해낸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황들과 인간의 심리에 대한 고찰은 영화의 단골소재지만 이런 영화도 있다. 독일인이 본 독일인과 유태인.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난 유대인 가수 넬리는 총상으로 망가진 얼굴의 성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아마 이 전쟁에서 유대인들이 겪은 것은 모두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독일에서 독일인으로 살았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수용소로 끌려갈 때, 그리고 전쟁이 끝나서도 어디로도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을 때. 2차대전 당시 얼굴을 재건할 정도의 성형술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완벽하게 남편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건 좀 억지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넬리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자신이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하고 믿고 사랑했던, 그리고 끝까지 긍정하고 싶었던 남편이 결국 자신의 믿음을 저버렸을 때 그 남자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총으로 쏴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은 정말 고상하고 파격적인 복수다. 남편의 표정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렇다고 남편이 죽일놈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이 영화적인 상황만 보면 그렇지만 그때당시 독일의 상황을 보면 사실 이해는 간다. 그때 결혼을 했던 안했던 점수를 매겨 순수 독일인이 아니면 모두 수용소로 잡혀갔다. 전쟁의 상황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미치게 만든다. 아마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냥 평범하게 살았을 부부였을 것이다.
이웃들도 알아보는 아내를 남편이 못알아본다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설정이 마치 점하나 찍고 나오니 남편이 못알아보는 어떤 드라마가 생각나서 몰입을 방해하기는 하지만 거대자본의 난장 부르스를 추는 허리우드 영화에 조금 지칠 때 한번쯤 보면 괜찮다. 피닉스는 독일 영화지만 마치 동양화처럼 여백이 많고 절제된 듯한 느낌... 나름 신선하다.
공감 하트( ♡ ) 누르시는 당신은 센스쟁이^^ ※ 같이 보면 좋은 포스팅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어떻게 인생이 아름다워 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