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덕 조선시대 존속 살해사건

존속살해사건은 살인사건 중에서도 끔찍한 죄로 여겨진다. 요즘에도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뉴스에 크게 다뤄진다. 이런 사건이 현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역사에 기록된 유명한 사건이 정귀덕 사건인데 사건 자체도 유명하지만 이 집안의 기구한 일화로도 더 유명하다. 정귀덕은 바로 그 유명한 어우동의 모친이다.

영화 어우동 스틸컷

나라를 뒤흔든 어우동 사건으로 정귀덕은 사람의 이목을 피해 음죽현을 이주했다. 어우동이 남긴 딸 번좌와 자신의 아들 박성근 일가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성종 19년 정귀덕이 강도에게 살해되었다는 보고가 조정에 들어왔다. 희대의 스캔들을 일으킨 집안이지만 그래도 양반 집안인데 양반집 아낙이 강도에 살해되었다는 것은 드물고도 중대안 사안이었다.

나름 과학수사

조정에서는 양근군수 이의형에게 철저하게 조사를 하게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범인을 잡고보니 정귀덕의 아들 박성근이었다. 흔하게 알고 있듯이 무조건 잡고 족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도 나름대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수사를 했다. 정황상 박성근이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정확한 증거는 없었지만 재산문제로 모친을 살해한 것이라 결론지어졌고, 어우동의 딸 번좌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번좌는 정귀덕의 겉옷 적삼을 강도가 벗겨 갔는데 장례가 끝난 후 박성근의 아들이 외할머니가 평소 적삼에 매달고 다니던 도장을 갖고 노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모친이 살해된 후 박성근이 가져간 노비문서를 번좌에게 주면서 처음부터 번좌가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라고 시켰다고 했다. 이런 증언과 그전에 박성근이 정귀덕에게 재산을 조금 받았다는 것, 그리고 모자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박성근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조선시대 취조

그뒤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과 같다. 범인으로 지목되어서 모질게 사실을 고할 때까지 취조했다. 그러나 박성근은 끝까지 부인했고 매를 맞아 죽었다. 그러니 확실하지는 않다. 어쩌면 워낙 큰 죄라 계속 거부했을 수도 있고 정말로 아니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맞아 죽었으니 더이상 사실은 알 수가 없고 그렇다면 모자 관계가 어땠길래 이 사단까지 온걸까.

과격한 부부싸움

정귀덕은 원래 성격이 모나고 사나웠다고 한다. 남편 박윤창은 눈을 다쳐 한쪽을 잃었는데 부부싸움을 할 때 남편에게 애꾸라고 막말을 했다고 한다. 화가나면 집 처마기와를 막대기로 때려부수기도 하고 하인에게 가옥하게 학대를 했다. 맞아 죽은 하인도 있었다. 이렇게 남편과 하인에게 모질게 대했는데 이 행동을 아들에게도 했다. 아들이 마음에 안들었던 이유가 있다.

사도세자만 갇힌게 아니었어

정귀덕은 남자 하인과 불륜관계에 있었는데 이를 목격한 박성근이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해 그를 미워했다. 밤에는 궤속에 가두고 의복이나 음식은 종과 다름없이 주었다. 이렇게 학대를 하니 박성근도 속에서는 원망이 쌓였을 것이다. 그에 반해 어우동은 편애했는데 아버지인 박윤창은 어우동에게 자기 딸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했다니 어쩌면 어우동은 다른 씨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박윤창은 호인이었는지 이런 학대와 무시에도, 정귀덕이 자신의 불륜을 떠벌리고 다닌 여종 모녀를 때려죽여 의금부에 끌려갔을 때 의금부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탄원을 했다. 박윤창의 행동에 감화되어 정귀덕은 석방이 되었다. 이런 아내와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딸이 희대의 사건을 일으켜 집안이 어지러워서 그런지 박윤창은 일찍 죽었다.

인생사 참...

그러니 정귀덕은 원래 싫어했던 아들 박성근을 모질게 대했고 남겨진 어우동이 딸 번좌는 편애했다. 만약 박성근이 존속살해를 했다면 재산때문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쌓이고 쌓여 폭발했을 것이다. 재산이야 어차피 정귀덕이 죽으면 시대 특성상 장남인 박성근이 물려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걸 더 빨리 받으려고 그랬을까? 이 사건들로 인해 박씨 집안은 끝이났다. 박성근의 아내와 노비신분이 되고 재산이 몰수된 후 강제로 북쪽 변방으로 이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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