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무섭게 본 공포영화는 엑소시스트다. 요즘 공포영화들처럼 깜짝 놀래키는 것 없이 기분 나쁜 무서움을 보여주는, 공포영화의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검은사제들은 한국에서는 드문 소재인 엑소시즘을 가지고 만든 영화다. 나름대로 이 이질적인 소재를 잘 이식했다고 생각된다. 악령에 대한 표현은 엑소시스트만큼 소름끼치지는 않지만 영화 전체에서 돋보이게 표현해냈다.
마찬가지로 검은사제들도 깜짝 놀래키는 것 없이 꽤나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그에 일조를 한건 박소담의 연기다. 박소담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영화평이 강동원이 검은 사제복이 잘 어울리고 잘생김 덕분에 없던 신앙심도 생긴다며 강동원 찬양 일색이지만 드물게 있는 박소담의 연기력 칭찬처럼 나도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고 남는 건 박소담의 연기다. 악령에 깃든 소녀를 요란한 특수효과 없이도 소름끼치게 잘해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엑소시즘을 담당했던 무당에서 벗어나 다소 낯설은 카톨릭 사제의 구마의식을 표현한 것이 신선하다. 이것이 완전히 낯설게 느껴지지 않게 한국적인 무당과의 연계성을 영화에서 표현한 것은 재미있는 선택이다. 무당은 그냥 미신으로 치부하고 카톨릭의 퇴마의식을 마치 진리인 것 처럼 표현했다면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환영을 받을지 모르지만 아닌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줬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것도 고려를 한 것 같다.
모두들 강동원의 캐스팅이 신의 한수라느니 강동원이 영화를 살렸다느니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각한 퇴마의식을 행하기에 강동원은 너무 잘생겼다. 차라리 검은사제들이 SF적인 슈퍼히어로에 가까운 콘스탄틴 또는 전우치전 같은 영화였다면 더 강동원에게 맞았겠지만...
사실 영화 초반 카톨릭학교에서의 강동원의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 의외로 강동원은 코믹연기를 잘하는 것 같고 어울리는 것 같다. 검사외전에서 보인 모습들 처럼. 강동원이 이영화의 캐릭터에 어울린다기 보다는 사제복이 잘 어울렸다고 보고 있다.
코밑에 치약을 바르라고 해서 무슨 의식인 줄 알았더니 냄새때문...
돼지도 연기 잘함
소재의 신선함에도 영화 자체가 신선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엑소시즘 영화가 나올만큼 나왔기때문이다. 한국영화에서 신선한 소재일 뿐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는 너무 많다. 그리고 상당수의 엑소시즘에 대한 영화는 엑소시스트의 아류다. 엑소시스트의 기괴함과 공포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깜짝깜짝 놀래키는 거로 공포를 대신하려 한다. 그런 쉬운 공포영화 기법인 깜놀코드를 따라가지 않고 이정도 만들었다는 것만 해도 이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깜짝 놀래키는 거에 짜증나서 공포영화를 보기 싫은 사람이라면 봐도 좋다. 그리고 당연히 강동원 팬이라면 대부분 봤을 것이고. 한국영화 소재의 한정성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보면 좋고. 무엇보다도 드라마에 나왔던 박소담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박소담 배우의 잠재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감독의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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