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작.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 대학에 다닐 때 학교 도서관 멀티미디어실에서 이 영화를 봤다. 그때의 기술때문인지 아니면 학교측의 실수인지 모르겠는데 델마와 루이스가 손을 꼭 잡고나서 테이프가 끊어졌다. 마지막 장면을 못 본 것이다. 뒤가 끊어졌다고 도서관 사서에게 말해주니 그게 마지막 장면이라며 뒷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다시 보며 마지막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 사이 여성로드무비의 대표로 페미니즘 영화의 아이콘으로 영화는 자리매김했다. 아니 만들어진때부터 화제긴 했지만. 리들리 스콧 아닌가.
불과 30년전에는 미국도 성차별이 극심했었나보다. 우리나라는 더했겠지. 가부장적사회,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대놓고 저지르는 성폭력. 이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두 여성의 당찬 이야기였으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고 델마와 루이스를 벼랑끝으로 몰아 넣는다. 리들리스콧은 이 작품을 돌아갈 곳이 없는 이들이 결국 자신들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은 세상을 등지고 떠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사실 결말로 보면 비극이다. 막다른 곳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들의 비극.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난 느낌은 비극같지 않다. 델마와 루이스의 꽉잡은 손에서, 그둘의 키스에서, 웃음에서, 달리는 차에서, 뛰어오른 파란 하늘에서 진정한 자유와 그것을 선택한 사람들의 행복을 보는 것 같다.
영화 결말은 이렇게 만드는거야 라고 리들리 스콧이 한수 가르쳐주는 듯한 명장면
이런 느낌을 받는 건 영화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마지막 명장면 때문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늘 끌려만 다니던 인생에 마치 생애 처음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길을 선택하고 운명에 빅엿을 먹이는 화끈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인정하는 마지막 장면 외에 개인적인 명장면은 경찰의 검문 장면과 트럭기사를 혼내주던 장면.
남성의 위치를 대변하듯 거만하고 권위적으로 다가와 위압적인 자세를 취하던 경찰이 델마의 총에 한없이 찌질해지는 모습. 자신이 무시하던 여성과 같은 성을 지닌 자신의 아내와 딸을 팔며 울먹이고는 트렁크속에 들어가던 그 모습. 통쾌하기도 하면서 남성으로 자괴감과 부끄러움도 느끼게 만들었던 장면이다.
그리고 줄기차게 자신들을 성희롱하던 트럭기사를 불러 사과를 요구하고 거부하자 트럭을 폭파시켜 버리는 장면. 그 폭발은 델마와 루이스의 억눌렸던 감정의 폭발이고 잘못에도 머리를 숙일 줄 모르는 남성 사회에 대한 파괴를 보여준다.
뒤돌아가지 못하면 앞으로만 갈뿐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시대가 많이 변했다. 아직도 잔재가 남아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지금봐도 명작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이 영화는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라는 영화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몰리는 상황에 대한 대변일 뿐. 안좋은 결과로 끝났듯이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사실 실제로도 결과는 안좋은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억눌렸던 여성들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이 로드무비는 시종일관 폭력적이면서 찌질한 남성들과 변해가는 여성들을 대비시켜 치열한 삶을 살아온 여성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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