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는 한국 영화계 거장 임권택 감독이 1976년에 만든 고전영화다. 그시절 영화답게 과장된 연기와 어색한 더빙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 본다면 꽤 잘 만든 영화다. 물론 국내영화의 질이 대 폭발하기 전의 우리나라 영화라는 것도 감안하고 봐야 한다.
왕십리는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했을만큼 좋은 작품인데 원작이 좋다는 것이 한몫을 했다. 원작은 조해일이 쓴 소설이다. 그 시절 잘생긴 배우의 대명사 신성일이 주연하고 우리에게 친근한 최불암도 나온다. 최불암이 신성일의 동네 당구장 아저씨인데 사실 최불암이 신성일보다 더 어리다는 건 함정.
최불암의 웃음 소리는 나이 먹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에도 똑같았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은 발전되지 못했던 70년대 배경을 보며 회상에 잠기는 것도 한국 고전영화를 보는 쏠쏠한 재미다.
다만 위에 적었듯이 요즘 개그에서도 많이 차용했던 과장된 연기톤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것마저도 영화의 재미로 본다면 모를까. 그럼에도 스토리도 나름 탄탄하고 짧은 시간에 겪게 되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나름 반전도 흥미롭다. 한 공간에서 현재와 과거의 인물이 교차되어 보여지는 것도 그때 당시에는 나름 신선했을 것이다.
고전 한국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의 하나는 그때 영화들이 대부분 성인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못보는 영화가 많았는데 지금 보면 왜 그런가 싶게 별거 아닌 영화도 많다. 다만 소재 자체가 대부분 멜로, 아니면 전쟁영화정도로 한정적이었고, 조금만 야릇해도 성인등급이 되는 폐쇄와 억압의 시대였던 것.
지금 이런 영화들을 보면 마치 시네마천국에서 토토가 어른이 되어 편집되었던 키스 장면을 보는 듯한 감회를 느끼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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