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화는 살인의 추억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전에 '플란다스의 개'가 있었다.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를 했다. 잘못했으면 봉준호 감독이 묻힐 뻔... 그런데 이 영화는 저평가된 영화 중 하나라 생각된다. 이후의 봉준호감독 영화는 많이 규모가 커졌지만 이 영화는 아기자기하게 잘 만든 영화인 듯.
봉준호식 디테일과 풍자와 위트, 이 영화에서도 살아있다. 다만 모르고 지나갔을 뿐. 이 영화에 대해서 너무 과도한 해석을 한 평들오 있지만 그건 지금의 봉준호 위상으로 플란다스의 개를 바라봤기때문이 아닌가 싶고 그냥 키득키득 웃으며 보기에 좋다. 숨겨진 디테일 찾는 재미도 있고. 개인적으로 이런식의 유머코드를 좋아한다.
한국적인 분위기와 시대상, 정서등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영화로 이후에 봉준호 영화의 핵심역할을 할 배우들이 나온다. 배두나, 변희봉 등. 봉준호 첫 장편영화 데뷔작을 같이 했고 봉준호의 흥행작도 같이하게 되는 인연을 유지한다.
당시 평단의 반응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오히려 후에 봉준호에게 반한 팬들이 다시 영화를 찾아보는 역주행을 한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보다 지금은 평점이 상당히 올라갔다.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살아있고, 해학과 유쾌함이 있고, 디테일이 살아있고, 봉준호 감독의 특성들이 아기자기하게 고스한히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영화가 없었다면 봉준호의 지금도 없었을 거라 생각된다. 살인의 추억에 그 명성을 빼앗겼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먼저고 봉준호는 이때도 변함없이 봉준호였다.
끔찍한 사건들 속에서도 웃음이 있고 많은 사람이 불행한 가운데서도 모두가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그냥저냥 웃음지을 수 있는 결말로 마무리 지어지는 요상한 영화다. 그러면서도 현실에 대한 씁쓸함이 남는다. 그리고 그 현실은 지금도 그닥 나아지지 않았다는게 더 아이러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