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앤은 영국 튜더 왕조 국왕 헨리 8세의 왕후인 앤 볼린의 이야기를 그린 고전영화다. 영화같은 이 이야기가 진짜 실화다. 앤 볼린은 헨리 8세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리고 영국의 영원한 여왕인 엘리자베스여왕의 친모이기도 하다. 천일동안 영화같은 사랑을 하고 참수로 죽은 앤의 이야기는 아름답지는 않은 러브스토리다.
헨리 8세는 호색한이었는지 새로운 여자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처음 결혼은 어쩔 수 없는 정략결혼이라 불행했다치더라도 앤을 그렇게나 어렵게 차지한 후에도 또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 앤의 언니의 말처럼 정복한 여자에게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그래서 앤은 죽기전 천일동안 사랑했지만 진짜로 서로 사랑한 건 하루뿐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앤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헨리 8세도 왕비가 있었다. 하지만 헨리 8세는 앤을 차지하기 위해 이혼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이혼은 바티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바티칸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에 기독교 국가 그 어느나라도 하지 못했던 바티칸과의 관계를 끊어버린다. 영국 성공회의 시작이다. 놀랍게도 국왕의 이혼소송이 발단이 되어 종파가 생겼다.
천일의 앤 오래된 트레일러
이렇게 어렵사리 앤을 차지했지만 앤에게서는 아들을 원했다. 앤은 아들을 낳는데 실패했지만 후에 전세계를 호령할 딸 엘리자베스를 낳았다. 하지만 헨리 8세의 사랑은 급속도로 식어갔다. 영화상에서 앤은 질투하지만 그다지 매달리는 것 같지는 않다. 처음에도 그랬듯이 왕 앞에서도 당당하고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여성이었다.
왠지 극 후방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성숙해지는 듯
처음엔 아들이 아니라 실망했지만 딸을 위해 헌신적
왕에게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했지만 어쩌면 왕을 진짜 사랑한 건 아니지 않나 싶다. 궁궐에서의 화려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그리고 나중에는 자신의 딸에게 왕위 계승을 위해 헨리 8세를 이용한 건 아닐까?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간 남자를 시간이 지난다고 정말로 사랑할 수 있을까? 워낙 오래 같이 있어 정이 든다면 모를까... 앤의 도도하고 당당한 성격상 헨리에게 매달리는 가녀린 여성은 상상할 수 없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
천일의 앤은 배우들이 스토리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갈등을 잘 표현해냈다. 특히 앤의 역할을 한 쥬느비에브 뷰졸드. 귀여운 외모로 철모르는 사랑을 하는 처녀에서 부터 여왕이 되어 앙칼지게 권력을 휘두르는 역까지 감정의 변화들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혹시 리메이크가 된다면 누가 원조 앤의 역할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