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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움 컨텐츠/역사와 야사 사이

꽃에 미친 화가 김덕형의 백화보

꽃에 미쳤어?

백화보(百花譜)라는 조선시대의 책이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꽃에 관한 책이다. 그것도 그림책. 꽃을 그린 것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지금으로 치면 식물도감 정도 될까? 아니면 식물 화보집? 이걸 누가 그렸을까? 김덕형이라는 화가가 그렸다. 화가 김덕형은 김군으로도 불렸다. 요즘 말하는 낮추는 말 군이 아니라 군자 할 때 君(임금 군). 꽃의 임금이라는 의미일까? 행실이 점잖고 학식과 덕식이 높은 사람을 군이라 칭했는데 아마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김덕형의 그림은 아닙니다>

 

김덕형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실학자 북학파의 거두인 박제가 시대의 사람이다. 그 시대에 걸출한 인물들 중 화가들도 많은데 아마도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화가인 김홍도와 동시대의 사람이다. 김홍도 보다는 조금 어리다. 정확한 출생년도는 알 수 없지만 김홍도와 5~6세 정도 차이가 나니 1750년도 즈음에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균와아집도 - 화살표가 어린 김덕형>

김덕형은 같은 시대 유명한 문신이면서 화가인 강세황의 제자인데 김홍도 또한 강세황의 제자이다. '균와아집도'라는 그림에 보면 당대의 걸출한 화가들이 모두 등장하는데 거기 어린 김홍도와 김덕령도 등장한다. 아마도 강세황의 아끼는 제자였기때문에 어른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또는 등장하는 혜택을 누렸을 것 같다.

 

<김덕형의 그림은 아닙니다>

 

김덕형이 쓴 책이 백화보인데 꽃 그림책이다. 꽃에 미쳐 꽃만 그렸다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꽃 덕후? 박제가는 이 책에 서문을 써줬는데 그것이 바로 백화보서(百花譜序)로 알려진 그림이다. 

- 백화보서 -
사람이 벽이 없으면 그 사람은 버림받은 자이다. 벽이란 글자는 질병과 치우침으로 구성되어, '편벽된 병을 앓는다.'라는 의미가 된다. 벽이 편벽된 병을 뜻하지만, 고독하게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전문 기예를 익히는 것은 오직 벽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삼양재 김덕형 군이 화원을 만들었다. 김덕형 군은 꽃을 주시한 채 하루 종일 눈 한번 꿈쩍하지 않는다. 꽃 아래에 자리를 마련하여 누운 채 꼼짝도 않고, 손님이 와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그런 김덕형 군을 보고 미친놈 아니면 멍청이라고 생각하여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웃음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기고 생기가 싹 가시게 되리라.

김덕형 군은 만물을 마음의 스승으로 삼고 있다. 김덕형 군의 기예는 천고의 누구와 비교해도 훌륭하다. 백화보(百花譜)를 그린 그는 '꽃의 역사'에 공헌한 공신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며, '향기의 나라'에서 제사를 올리는 위인의 하나가 될 것이다. 벽의 공훈이 참으로 거짓이 아니다! 아아! 벌벌 떨고 게으름이나 피우면서 천하의 대사를 그르치는 위인들은 편벽된 병이 없음을 뻐기고 있다. 그런 자들이 이 그림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는 눈뜨면 일어나 하루종일 꽃만 봤다고 하는데 옆에서 사람이 와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박제가가 그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 찾아갔을 때에도 그는 꽃을 보러 갈 시간이라며 사람을 제쳐두고 가 꽃을 봤을 정도였다. 꽃을 그냥 보는 것도 아니고 주저앉아서도 보고 길바닥에 누워서도 볼 정도로 다각도로 꽃을 관찰했다. 보통 집착이 아니면 이렇게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박제가가 극찬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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