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1미터 앞,
뒤에서 누군가 날 밀어낸다
둘 중 하나다
돌아서서 왔던 길로 다시 갈 수도
혹은 한 걸음 앞으로 더 갈 수 도 있다
과거의 삶으로 회귀하든 천 길 허공으로 나를 던지든
결국 나의 선택이다
눈을 질끈 감고 허공에 몸을 던졌다
한참 동안 추락했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죽음과 어둠의 공포……
나는 왜 벼랑에서 온 몸을 던졌을까……
그러다 문득 발견하게 되었다 나에게 숨겨진 날개가 있음을
날개가 부러지도록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조금씩 요령 있게 날개 짓 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러자 내 몸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벼랑 위의 하늘을 날게 되었다
결국 창공을 나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벼랑에서 온 몸을 던지지 않았더라면
나에게 날개가 있음도 하늘을 나는 법도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벼랑 아래에는 바닥이 없다는 사실… 그게 날 살린거다
-불씨 박성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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